▲ 109회 총회 숙소(신라스테이)에서 오정호 직전총회장님(중앙)과 평양제일노회 노회장 최범규 목사님(좌측)과 함께 한 옥광석 목사(우측)

2005년이 지나고 2006년 새해가 밝았다. 시카고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새해다. 겨울을 지내면서 말로만 듣던 시카고의 혹독한 추위와 폭설을 제대로 경험하였다. 추운 날씨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많은 눈을 보는 세 아이는 마냥 즐거워했다. 교회 주차장은 굉장히 넓고 컸다. 그 넓은 곳이 눈으로 덮여 쌓였으니 그만한 놀이터도 없었다. 세 아이는 그곳을 놀이터와 운동장 삼아 열심히 뛰며 놀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일상의 낙이었다. 그리고 봄이 찾아왔다.
 

▲ 109회 총회 중 점심 후 산책하면서 평양제일노회 총대와 임원과 함께

어느 봄날 아침, 선교관 앞마당에 노란 꽃이 피었다. 야생 튤립이다. 그 추운 겨울의 폭설과 폭풍을 견디고 튤립은 노란 꽃을 피웠다. 얼마나 보기에 좋고 아름다운지. 이날 이후 가장 사랑하는 꽃이 되었다. 튤립과 같은 종류의 꽃은 추위가 없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춘화현상 때문이다. 겨울의 혹한기를 지나야 개화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혹한기를 이겨내야 개화기를 맞이할 수 있다. 나 역시 시카고의 인생 혹한기를 이겨내야 했다. 개화의 기쁨을 위해서도 말이다.

2006년 2월 말인 듯하다. 부활절 40일 특별새벽기도회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뉴욕퀸즈장로교회에서 참여한 이후 처음이었다. 이민교회에서는 부활절 특새를 많이 한다. 나는 첫날부터 굳은 결심을 하였다. 나 자신을 새롭게 해 달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특새에 참여하였다. 모든 교역자가 찬양팀을 조직하여 인도하였다.
 

▲ 109회 총회 현장에서 평양제일노회 노회장 최범규 목사님(우측)과 함께

그러던 어느 날 새벽이었다. 한 손을 듣고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주체할 수 없었다. 이런 눈물은 평생 처음이다. 다음 날 새벽에도 손만 들면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은혜의 폭포수였다. 한 주간 내내 지속되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성령께서 심령을 고치시는 치유와 회복의 손길인 것 같았다. 영혼이 상쾌하고 시원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신기할 뿐이다. 이날 이후로 찬양을 하기만 하면 눈물이 그렇게 많이 흘렀다. 울보가 되어 버렸다. 찬양만 하면 손이 자동으로 올라갔고 눈물은 더 많이 흘렀다. 참으로 특별한 영적 체험이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생수의 강물인가 싶었다. 대홍수의 역사인가 싶었다. 나의 삶을 힘들게 한 내면의 쓰레기와 상처들이 깨끗하게 씻겨나갔다. 허무, 우울, 분노, 열등감. 이 네 가지 심령의 찌꺼기가 폭포수와 같이 흘러내린 한 주간의 눈물로 다 씻겨나간 것 같았다. 이후 하루하루가 기뻤다. 매 일이 새날이었다. 세상이 달라져 보였다. 얼굴은 기쁨으로 충만하였다.
 

▲ 신간(레푸기움을 찾아서) 인터뷰 중 기독신문 노충헌 편집국장님(좌측)과 함께

어느 날 양복을 입고 교회로 출근하려는데 아내가 뒤에서 살포시 앉으며 그런다. ‘당신 많이 변했어. You are so changed.’ 이 말을 듣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그동안 나의 어두운 얼굴로 인하여 힘들어했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내 얼굴 모습이 정말 많이 변했다. 성령께서 심령을 수술해주시니까 얼굴까지 변해 버린 것이다. 없던 쌍꺼풀도 생겼다. 아마 한 주간 동안 하도 많이 울어서. 그 흐르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손으로 닦고 소매로 닦아서 없던 쌍꺼풀이 생겼나 싶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시카고 정비소에서 고장이 난 내 심령이 수리된 것이다. 얼굴 모습도 밝아지고 환해졌다. 내 안에 숨겨진 깊은 아픔과 상처가 깨끗이 씻긴 것이다.
 

▲ 2006년 가을 일리노주 제너바에서 총신대학교 김희석 부총장님과 함께

세상에 상처와 아픔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도 모르게 어릴 적부터 생긴 내 안의 여러 가지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심령의 문제들이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나의 삶을 넘어뜨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 영적 체험을 통해서 내면의 문제가 치유되고 회복이 된 것이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영적 경험이다. 이때 은혜받은 찬양을 잊을 수 없다. 이후 새벽마다 기도와 찬양과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을 깊이 경험하였다. 이후 찬양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 동도교회

◆편집자 주=옥광석 목사는 부산의 목회자(故 옥치상 목사/성동교회) 가정에서 태어나 총신대학교(B.A.),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美 달라스신학교(S.T.M.)를 졸업한 후, 시카고 트리니티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 과정에서 공부했다.

목회적으로는 사랑의교회(당시 담임:옥한흠 목사), 뉴욕퀸즈장로교회, 시카고헤브론교회를 섬겼다. 현재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소재한 동도교회 담임목사로 그리고 남양주에 위치한 천마산기도원 원장으로 섬기고 있다. 총회적으로는 제108회기에서 목양아카데미 <교회여일어나라> 위원으로 섬겼다.